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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13 18:24
단식을 마치고_2017년 1월
 글쓴이 : 자작나무
조회 :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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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을 마치고 헤어지기 전 함께한 순간

 

#단식을 왜?

  옛 속담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나로 말하자면 두들겨 보는 건 기본이요, 먼저 도전하는 이들이 안전하게 건너는지를 살핀 후에야 안심하고는 조심스럽게 한 발짝씩 내딛는 사람이다.

  그런데 늘 그런 식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에는 이도저도 따지지 말고 그냥 나를 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오봉 단식이 그러했다. 체질적으로 마른 몸에, 밥 때를 거르면 손이 떨리는 사람이라 1주일 동안 단식을 한다는 게 처음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랬던 내게 단식에 대한 아름다운 소문은 심심찮게 들려왔고 그러는 사이 어느새 마음은 가랑비에 옷 젖듯 촉촉해져서 원장님께 다가가 ‘부디 저를 받아주셔요.’ 하고 머리를 숙이고 만 것이다. 게다가 교회에서 여는 마지막 단식이라고 하니 이 마지막 기차에 꼭 오르고 싶었다.

  나는 큰 병을 앓은 적은 없지만 장염, 위염, 편도선염, 감기 몸살 등 잔병들을 달고 조금 골골대며 살아왔다. 어릴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부터 안 되곤 했는데 삶의 고비를 힘겹게 넘길 때마다 소화기 기능도 아래로 훅 꺾이는 게 느껴졌다. 몸에게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20대 때부터 아이스 음료는 거의 먹은 적이 없고, 냉장고 찬 물도 마신 기억이 오래 전이다. 카페인이 든 음료도 가려야 했는데 이런 나를 보고 ‘무지 오래 살겠어요?, 몸 엄청 챙기네, 몇 살까지 살고 싶어서 그래요?’ 등 별 생각 없이 했겠으나 내게는 씁쓸했던 말도 많이 들었다. 민감한 몸과 살려면 내 몸에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살살 달래야 했다. 나는 그런 생활을 조금 일찍 시작했을 뿐이다.

  그렇게 조심하면서 살았어도 서른을 넘기자 쌓였는지 최근 몇 년 간 위장 문제는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내 통제를 벗어났다. 위가 자주 경직되고 팽만감을 느꼈는데 그럴 때는 약도 잘 듣지 않아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병원 약은 듣지 않아, 한의원에 다니며 침을 맞고 한약도 먹었다. 운동을 하고, 식습관도 철저히 관리했다. 몸도 내 노력을 알았는지 약 2년 동안의 노력으로 소화기는 많이 안정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찜찜함이 남아 있었다. 가령 종아리가 쑤시고 아프다든지, 밤이면 식도 주변이나 명치 부분에 붉은 뾰루지가 나고 가렵다든지, 등과 가슴뼈가 몹시 결리는 증상이 불쑥 일어나 한참을 괴롭히다 사라지곤 하는 이상 증세들이었다. 그즈음 자연치유를 연구하신 분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공통으로 하신 권유가 ‘몸을 청소해라’였다. 그때부터 몸 속 노폐물에 관심을 가졌고, 단식이 노폐물을 청소하는데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 단식을 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마른 몸에 땀도 잘 나지 않고, 물도 잘 먹지 않으며 평생을 지낸 내 몸에 얼마나 많은 노폐물이 쌓여 있었는지를. 집안만 쓸고 닦을 게 아니라 내 몸을 청소할 때가 됐음을. 그렇게 나는 단식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명현 반응, 눈물의 참회

  지금은 웃음이 나는데 당시 상황은 조금 심각했다. 화요일까지 별 증상 없이 잘 적응하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엔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서 일어나기가 어려웠다. 어찌나 무겁던지 허리를 바로 세우는 데도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그래도 워낙 전날까지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에 곧 괜찮아지리라 생각하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아침을 깨우는 차를 마시고 조금씩 몸을 움직여도 더 무거워져갔다. 다리를 한 짝씩 끈다는 느낌으로 겨우 걸어가 목사님이 인도하시는 ‘아침을 여는 시간’에 둘러앉았는데 열기는커녕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들고 고개는 자꾸 아래로 떨어졌다. 결국 괜찮냐 물으시는 목사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제정신이면 못 그랬을) 거의 반 쓰러지고 말았다. 그 후엔 드러누운 내 옆에서 목사님은 오른팔을, 사모님은 왼팔을 계속 주물러주시며 안타까워하셨고 원장님은 순환의 문제인 것 같다 하시며 차분하게 발반사 마사지를 시작하셨다. 눈물이 줄줄 흐르고 누르는 자리마다 저리는 고통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집에 가야 하나, 이렇게 단식이 끝나는가 생각은 날아다니고 체면이고 뭐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는데 내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몸아, 미안해! 니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

  원장님은 뭐? 물으셨고 나는 오열하며 말했다.

  “몸이 이렇게 아픈 줄 몰랐어요. 너무 너무 미안해요.”

  그때 원장님의 미소를 잊을 수 없다. ‘그걸 알았으니 이제 됐네.’ 하시는 미소였다.

  나는 이날 몸과 자아가 분리되는 경험을 했다. 스트레스를 받고 신경을 쓸 때면 늘 골칫덩어리인 위장만 돌보았지 다른 기관들과 몸? 그건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게 얼마나 미안한 건지 반성문을 쓰는 심정으로 정리해보자면 예를 들어 내가 선생님인데 아이들을 차별한 것과 비슷하다. 모두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고, 사탕을 주고,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데 한 아이만 잊고 소홀한 것이다. 그 아이는 속상하고 서운해도 내 곁을 맴돌며 관심을 기다렸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 상처를 준 격이었다. 이게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원장님의 손이 닿는 모든 자리가 아프다며 내게 소리쳤고 나는 그때서야 그들에게 죄를 지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몸에게 미안하다고 외치는 순간 나는 그 동안 몸을 빌려서 살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얼마나 미안했는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코가 찡하다.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던가. 그래도 몸 하나는 내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기고 산 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그 날 몸과 나는 분리되었다. 몸은 몸일 뿐, 그리하여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잠시 빌려 사는 소중한 집과 같았다. 몸이 나를 받아들여줘서, 참아줘서 여기까지 온 것인데 약한 몸을 원망하고 불평하고 산 순간들이 떠올라 정말 괴롭고 미안했다.

  그렇게 한 차례 태풍이 지나가고 몸은 빠르게 개였다. 마사지 끝나고 더 눕고 싶었으나 원장님 권유대로 자작나무 숲 산책에 나섰는데 돌아올 쯤엔 컨디션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오후에는 언제 아팠냐는 듯 너무 말짱해서 주변 보기가 다소 민망했다. 함께 단식한 동기 분들은 그런 나를 보고 웃으시고는 살아났다고 기뻐해주셨다. 그 후로 오늘까지 아침마다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며 그들에게 말을 건다.

  “고마워, 미안해, 잘 부탁해, 내가 잘할게.”



#함께여서

  오봉의 단식은 굶는 단식이 아니다. 세 끼 식사 시간마다 단백질 쉐이크, 채소 주스, 곡물 쉐이크를 마셨고 그 외 간식으로 효소와 감잎차를 마셨다. 끼니때가 되면 우리 모두는 손을 잡고 둘러 앉아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는~” 노래를 불렀는데 처음엔 웃음이 나왔다. 식사다운 식사가 아니라 겨우 한 잔의 액체여서. 하지만 오전 산책, 오후 몸펴기 체조, 저녁 나눔 시간 등의 일정을 지내면서도 배가 고파서 힘든 적은 거의 없었으니 그 한 잔이 가진 에너지는 대단한 것이었다.

  한편 책을 읽는 건 무리였다. 두꺼운 책 한 권 짐에 넣으며 일주일 동안 이거 하나는 읽겠지 했으나 어려운 책을 가져온 게 실수였는지 조금 읽었는데도 금세 허기가 밀려오는 듯해 당장 그만두었다. 원장님도 책 읽기처럼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은 안 하는 게 좋다 하셨다.

  그러다 챙겨 온 빈 엽서에 수채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예쁜 그림을 찾아 놓고 서툴지만 따라 그리는 것이었는데 별님, 필무렵님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림 그리기 놀이를 했다. 그러다 진짜 그림을 잘 그리는 마리암님의 그림을 구경하며 감탄과 감동에 젖기도 했다. 버디님이 요가를 하면 우리는 또 그 곁으로 모여 따라했고, 다나님이 붕어운동을 하면 너도나도 누워 해보며 깔깔 웃음꽃을 피웠다. 공유님과 무지개님은 피아노를 연주했고, 스머프님과 마리암님은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었다. 산돌님은 아버지처럼 든든하셨고, 고마리님은 산과 들에서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우리는 원장님이 누군가의 몸에 오일터치를 시작하시면 곁에 쪼그리고 앉아 받는 이의 몸을 함께 걱정해주었다. 운동을 마치고 곤할 때면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찰싹 누워 찜질을 하다 깜박 오수에 들기도 했다.  매일 저녁 나니님(사모님)의 인도로 서로의 삶과 아픔을 나눌 때면 몇 시간이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제 아픔처럼 귀 기울이며 함께 울고 위로하였다. 서로 끼니를 챙기고, 운동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밤잠을 청하는 사이 우리들은 마음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무엇을 하든 삼삼오오 모였고 그 안에서는 이야기꽃도 웃음꽃도 활짝 피어나 마침내는 화사한 정원을 이룬 듯했다. 얼마나 편안하고 행복하고 아늑했는지 꿈결 같았다.

  그 동안은 아픈 곳이 있어도 다 말하지 못하고 살았지만-아프다는 말을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이곳에서는 작은 것이어도 말해도 괜찮았다. 죽을병도 아니고 아픈 게 뭐가 자랑이라고 시시콜콜 말하고 있나 생각할까 눈치 보지 않아도 되었다. 눈꼽만 뗀 얼굴로도 편안하게 사람들 안으로 들어갔고, 대충 아무거나 걸쳐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단식팀 안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여도 괜찮았다. 여기에서는 여자도, 누구의 아내도, 딸도, 누나도, 며느리도... 심지어 교인도 아니었다. 잘 보일 필요도,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 함께 나누는 시간 속에서 아프다, 힘들다, 슬프다, 싫다, 괴롭다, 억울하다, 외롭다, 화난다, 답답하다 등 오랜 시간 억눌려온 온갖 부정적인 감정의 찌꺼기들을 비워냈다. 감추고 꾸미느라 마음에 달고 다니던 장신구들을 떼어버렸다. 스트레스가 사라져갔다. 모두의 얼굴이 맑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내 모습 그대로 용납되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사람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나는 경험했다. 편안해지고, 솔직해지고, 자유로워진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천진난만하게 웃게 된다. 스러졌던 자존감이 세움을 받고 다시 해보겠다는 자신감이 얼굴을 든다. 그렇게 잃어버렸던 원래의 내 모습을 조금씩 찾아갔다.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만났다.

  



#단식, 그 후의 이야기

  건강해졌다. 단식 이후에도 몇 가지 가벼운 명현반응들을 지켜보며 몸이 더 회복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실제로 단식 이전에 고민했던 몸의 이상한 증상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잘 돌보고 관리하는 일이 남았다. 정신적으로 힘든 일은 다시 생기곤 하지만 이전과는 대응 방식이 조금 달라지기도 했다. 몸도 힘들지는 않은지 찬찬히 살펴주곤 한다. 몸이 좋아지면서 몰입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길어진 것 같다.

  단식을 생각하면 그저 모든 것이 감사하다. 단식위원회 원장님과 사모님, 목사님, 함께한 16기 동기분들 모두 감사하고 우리에게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허락하신 주님께도 감사하다. 단식을 마치고 주님께 ‘더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세상에서 씩씩하게 살겠습니다.’라고 기도했는데 지키고 싶어서 ‘살게 해주소서’가 아니라 ‘살겠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내가 이 고백을 지키고 누리며 살아가기를 이 글을 마무리하며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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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 후 한 달여만에 다시 만난 모습 - 밝고 건강해서 여전해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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